울릉도 여행기
다이버 친구들이 울릉도로 다이빙을 간단다. 원래 이때쯤이면 비행기를 타겠지만 코로나로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이럴 때 아니면 울릉도를 언제 가겠나 싶어 다이빙하지도 않을 거면서 같이 가겠다고 했다. 스카이뷰로 울릉도를 얼핏 살펴만 봐도 산세가 매우 야무짐을 느낄 수 있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입도
차를 울릉도까지 끌고 가려면 포항에서 배를 타야한다. 강릉항에 아침 배로 예약하고 전날 강릉으로 출발했다. 정감이라는 마을에서 기분 좋게 오리백숙을 한 사발 하고 편의점 사장님이 추천해준 강릉 맥주를 한 병씩 마시고 잤다. (호주 사람이 양조장을 운영함..)
오전 8시 배를 6시 40분 배로 땅겼는데 이는 신의 한수였다. 예약할 때의 시간이 있더라도 기상상황에 따라 배가 더 추가되는가 보더라. 우리 셋다 멀미약을 먹어본 적도 없고 멀미를 해본 적이 없어서 다들 엄살 피우는 거겠지 하면서 멀미약을 안 챙기고 배에 탑승했다. 강릉에서 타면 씨스포빌이란 회사의 배를 타게 된다. 체감상 공항보다 더 힘들게 탑승 심사를 하는 듯하고 배를 탑승했다.
방파제 안이니까 바다가 잔잔했던 거였다. 방파제를 나가자마자 배가 롤러코스터마냥 심하게 흔들리면서 그대로 3시간 30분을 운행했고 방파제를 나간 지 10분 만에 1호 멀미 환자가 발생했다. 배 안에서 제대로 서있기도 힘든 와중에서도 고인물 선원들은 멀미 봉투를 나눠주며 화장실에서는 절대 토하지 말라고 하신다. 화장실 가다가 토해서 그런가 싶었고 멀미가 전염되는 건지 그때 처음 알았다. 자려고 노력하니까 대충 30여분이 남아있었고 선원이 든 쓰레기봉투에는 멀미 봉투가 가득했다. 만약 8시 배 그대로 탔었으면 잠도 안 오고 사람이 더 많아 진짜 멀미했을지도 모르겠다.
저동항에 도착하니 무슨 산밖에 안보인다. 해안과 산이 매우 근접해있고 해안선 따라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다. 다행히도 날씨는 매우 좋아 친구들은 바로 다이빙을 했고 남겨진 나는 오토바이를 빌리러 갔다.
올해 말부터 포항에서 2만톤급 크루즈가 운행한다. 포항에서 울릉 사동항으로 가고 (저동항이나 도동항은 너무 작아서 크루즈가 안 들어갈 것 같긴 하다. 사동항 근처는 울릉공항을 짓고 있다.) 멀미에 자신 없으면 포항으로 가자. 울릉도를 출도할 때는 그나마 괜찮은데 입도할 때 파도가 잘못 걸리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니 멀미에 자신 있으신 분들도 참고하시길.
관음도
울릉도 날씨는 매우 오락가락한다. 틈만 나면 비오고 강풍에 배가 오다가 회항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특히 포항 쪽) 펜션에 처박혀 있더라도 울릉도를 갔다면 무조건 갔다 와야 할 곳은 관음도다. 관음도는 죽도 위에 있는 섬으로 다리로 연결되어 육로로 갈 수 있다. 울릉도 일주도로가 완성되었다고 해서 일단 오토바이를 빌렸다. 저동항 서쪽 끝으로 가면 MBI 오토바이 대리점이 있고 할아버지가 시크하게 맞이해주신다.
가격은 1시간에 15000원, 4시간에 55000원, 하루에 십만원 정도 한다. 여기는 다 전기 오토바이인데 일반 오토바이와 크게 다르지 않고 기어 부분만 살짝 다르다. 오토바이를 10분 정도 타다 보면 울릉도 도로가 매우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된다. 일단 날씨가 안 좋은 날이 너무 많아 공사하는 구간이 많고 도로 유실을 막기 위해 아스팔트 도로가 없이 모두 콘크리트로 공구리를 쳐놓았다.
울릉도는 도로가 원형 하나다. 관음도를 가려면 일주도로 동쪽으로 쭉 가면 된다. 터널 몇 개를 통과하면 바로 관음도가 나온다. 울릉도에서 꽤 유명한 관광지지만 다른 육지 관광지처럼 매우 넓직한 곳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냥 도로 가다가 관음도가 있다. 사진의 하얀 건물 1층에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고 쭉 따라 올라가면 관음도랑 연결된 육교가 나온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뷰가 굉장히 멋지다. 다리를 건너고 굉장히 빡센 계단을 20분 정도 타다 보면 평지가 나온다.
천천히 돌면서 사진을 찍었다. 동쪽을 바라보면 계속 바다다. 물도 정말 맑았다.
1층 관음도 매표소에서 오른쪽을 보면 파란 물탱크가 있는데 이 길을 살짝 따라가다보면 바다에 발을 담글 수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많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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