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재택으로 인한 GM 타운 생활이 답답해지던 중 집안일에 있어 제주도에 갈 일이 생겼고 이김에 제주도 최소 한 달 살이를 시도해보려 오래간만에 캐리어를 들고 집을 나섰다. 익숙한 제주 집에 짐을 풀고 서재 방에 와이파이 연결은 했는데 브라우저 로딩이 뭔가 느릿느릿하다. 잊고 있었다. 제주 집은 중앙 거실에 있는 공유기 신호가 서재에서는 매우 약해 줌 회의는 할 수 없었다는 것을. 다행히 USB-c to LAN 젠더와 남는 랜선이 있어 방 인터넷 단자에 연결했더니 인터넷 연결이 안 된다...! 이틀 정도는 핸드폰 테더링으로 어찌어찌 해결했지만 연결이 가끔 끊기고 핸드폰을 가지고 다닐 때마다 재연결을 해줘야 했다. 한 달 살이 첫날부터 위기였다.
통신 단자함부터
제주 집은 오래된 아파트라 최신 아파트처럼 큰 통신 단자함에 모뎀이 있는 게 아니라 전원 콘셉트가 없는 통신 단자함에 선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였다. 아마 이천 년대 중반 이전의 아파트들은 비슷할 거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각 방마다 라벨링이 되어 있어 어느 방이 어느 단자로 연결돼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통신 단자함 이해하기
일단 간단한 상식으로 집 안에서 인터넷이 되려면 집 외부의 통신망이 내부로 연결되어야 한다. 위 그림에서 해당하는 부분은 맨 왼쪽 위에 위치한 국선이다. 국선은 아파트 통신실과 연결된 외부 인터넷 망과 통로로 옛 구축 아파트의 각 층마다 엘리베이터 근처를 보면 자그마한 통신 단자함이 보이는데, 거기서 층의 각 호수마다 인터넷을 연결해준다. 그리고 국선 밑에는 "거실 동쪽"이라고 적혀있고 주황색/초록색 선이 그곳에만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니 공유기/IPTV 가 있는 거실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따라서 직관적으로 생각한 방법은 주황색/초록색 선을 위치에 맞게 국선-거실 동쪽-작은 방 (내가 사용하는 서재) 순으로 연결하는 것이었고 실제로 해보니 당연히 안됐다. 국선과 각 방 하나씩만 연결이 가능해서 한쪽을 사용하려면 다른 한쪽을 포기해야 했다.
케이블
통신 단자함에 연결된 케이블은 무엇인가 했더니 UTP 케이블 (Unshielded Twisted Pair Cable) 로서 대표적으로 랜선에서 사용되는 케이블이다.
일단 각 선의 의미를 찾아봤다. 크게 파란색/주황색/초록색/갈색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주황색/초록색은 랜카드 기준으로 데이터 송신/수신의 역할을 담당하고 파란색/갈색은 POE (Power Over Ethernet) 방식의 전원 전송 선으로 (파란색은 +, 갈색은 -) 간단하게 별다른 전원 잭 없이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POE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포스트를 참고하면 된다.
스위치 허브
일단 통신 단자함부터 단자함에 사용되는 UTP 케이블까지 대강의 지식을 파악했다. 인터넷 자체는 주황색/초록색 선만 위치에 맞게 연결해주면 되고 위 그림에 파란색 선이 국선부터 쭉 연결된 것은 전화선이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국선에서 단자 하나로밖에 연결이 안 되는 상황이니 스위치 허브를 통해서 국선과 각 방들의 랜선을 개별적으로 연결해주면 거실과 서재의 인터넷 단자 모두 동작하지 않을까? 공유기와 달리 스위치 허브는 IP 주소를 할당해주지 않지만 어차피 거실 쪽 공유기에 WAN 포트가 통신 단자함에 물려 있으니 IPTV나 와이파이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는데, 이것은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공유기는 외부에서 들어온 공인 IP를 여러 디바이스가 쓸 수 있도록 사설 IP (192.168.0.x)를 각 디바이스 별로 할당해주는 역할을 하고, 스위치 허브 (L2 스위치)는 MAC 주소를 기반으로 공유기에서 할당된 IP를 더 많은 장치에 뿌려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1) 외부 인터넷 (SKT, KT 등 통신사업자, ISP) -> 2) 공유기 WAN port -> 3) 스위치 허브 순으로 연결되는 것이 맞다. 따라서 외부 인터넷에서 IP가 1개만 할당된다면 공유기 없이 스위치 허브만 연결되었다면 한 디바이스 밖에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
다 좋은데 단자함 내부뿐 만 아니라 단자함 근처에 전원 콘셉트가 없었다. 근처에 있는 콘셉트에 연결한다 하더라도 꽤나 긴 전원 줄이 필요하고 현관 앞이라 보기에도 생활하기에도 불편할 것이 뻔했다. 서울 가야 하나 생각하던 중 구세주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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