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쌓은 지 십여 년이 넘었지만 단 한 번도 같이 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 모임이었기에 더 추워지기 전에 배 한 번 타자고 의기투합했고 마침 주꾸미 제철이라 바로 인천 연안 부두 쪽으로 예약을 잡았다. 시흥, 송도를 지나니 인천 연안 부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열 시 반. 항구 주차장은 차가 빠져나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빽빽이 들어서 있어 근처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켰고, 출항은 열한 시 반이었기에 넉넉히 여유가 있었다.
열명 남짓한 사람들이 쪽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 하는 줄 알았는데, 배가 꽤 컸고 루어 미끼를 쓰다 보니 어린이 동반 가족, 남녀 커플 조합이 눈에 띄었다. 낚싯대를 조립하고 미끼를 달았는데, 오랜만에 만지다 보니 잘 당겨지지가 않아서 선원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남자 셋이서 그걸 못한다고 혼쭐이 났다. 출항한 지 30분이 지나 인천대교 즈음에서 닻을 내리고 낚싯대를 최대한 해저에 긁히는 느낌이 나도록 충분히 긁혔다. 하지만 실패. 옆에선 하나, 둘씩 주꾸미를 낚기 시작하고 옆에 커플은 루어 미끼로 자연산 광어를 끌어올렸는데...!
오래간만에 한 낚시가 슬슬 감이 잡히더니 주꾸미 한두 마리 씩 갑판으로 건져 올렸다. 미끼를 교체할 필요도 없어 편하긴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낚싯줄 꼬이는 거 푸는 게 시간을 더 잡아먹은 것 같다. 슬슬 배고파질 무렵, 잡은 주꾸미를 주방 이모에게 건네니 주꾸미 라면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었다. 인 당 대가리 하나, 다리 하나 씩.
열몇 마리를 잡다 보니 피곤해서 잡담이나 나누었다. 다행히도 가져간 아이스박스가 민망하지 않게 넉넉히 채울 수 있었다. 막판에 주먹만 한 대가리를 가진 주꾸미 3마리를 연속으로 낚아 박스가 가득 차 보인다. 가져간 주꾸미는 바로 삶아 숙회로 먹었다.
낚시도 좋고 같이 간 사람들도 좋았지만 집 안에 박혀 키보드 두드리던 생활에서 오래간만에 벗어난 것이 너무 시원했다. 뻥 뚫렸던 마음을 표현하는데 시원하다는 말이 제일 적절할 듯하다. 배 위에서 해풍을 맞으며 해지는 노을 녘을 바라보면서 피는 담배는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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