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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생활

제주도 한 달 살이 후기 - 절물오름, 새별오름, 도두봉, 김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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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넘어가 한 달 보름 여만에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한 달 동안 제주도민이 될 탓일까, 낮디 낮은 건물들, 산,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가 도심지에 들어서니 아직까지 낯설다. 본래 근무 조건만 바꿔보려고 간 것이었는데, 같이 체류한 로컬 가이드 덕택에 현지 도민들도 잘 모르는 제주향이 듬뿍 나는 장소들을 방문할 수 있었다. 갈 때마다 헷갈렸던 제주 도심지 지리에도 빠삭해진 건 덤이다.

제주도가 내가 어렸을 때와 정말 달라진 점은 한라산 중턱 지역에 도로가 굉장히 잘 뚫려 평화로 방향인 애월 중산간, 516 도로 방향인 조천 중산간 지역으로의 접근이 굉장히 쉬워졌다는 것이다. 덕분에 한라산 구석진 곳에 숨겨져 있던 보물 같은 오름들도 쉽게 방문이 가능했다. 로컬 가이드는 날 조천의 절물오름과 애월의 새별오름으로 인도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가볍게 산책하기 좋았다. 

절물오름의 산책길
새별오름 입구
억새로 가득찬 새별오름

제주는 오름과 바다다. 오름의 정취를 바다향으로 헹군다. 도두봉에서부터 용두암까지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는 바다를 등지고 인생 컷을 건지려는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특히, 도두봉은 제주공항이 바로 인접한 덕에 지하철 배차 간격보다 짧은 비행기 이착륙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제주를 수없이 왔지만 공항 옆의 도두봉은 이번이 처음이다. 육지 방향의 앞을 바라보면 해안가를 머금은 용담동 전체를 볼 수 있고 뒤를 바라보면 제주도 어디에서나 보이는 한라산을 등진채 우뚝 솟은 제주도 가장 높은 건물 하얏트 호텔이 눈에 띈다.

날씨... 완벽...
도두봉에서 바라본 한라산

내 본적은 고산이라 제주도 동쪽을 가볼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는 오래간만에 김녕까지 진출했다. 삼양동, 함덕, 북촌을 거쳐 김녕의 마을 구석구석을 훑으면 바다가 양 갈래로 갈라진 도로가 뜬금 솟아있다. 날씨가 받쳐준다면 로컬 가이드의 퓰리처 상 입상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모세가... 제주에...?


나름 여기저기 다니면서 새삼스럽게 제주도가 매우 큰 섬이라는 것을 느꼈다. 면적 수치상으로 서울의 3배이고, 제주도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는 수도권 기준으로 인천에서 가평을 가는 것과 같은 거리이니 당연하겠지만 섬나라인 일본에도 제주보다 큰 섬이 본토 4개 섬 밖에 없다는 사실이 믿기는가? 이 큰 섬에서 고작 70만 명도 안 되는 인구가 거주 중이다. 

육지로 올라왔다. 비행기 창가 쪽에 앉은 지 얼마만인지 모른다. 햇살이 드는 창가에서 제주와 현저히 다른, 하지만 내가 살아왔던 풍경들이 펼쳐졌다. 날카롭게 솟은 산 밑에 빽빽한 아파트들. 다시 돌아온 것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비행기 창기에서 본 육지 풍경

제주도는 나에게 애매한 곳이다. 나의 뿌리가 존재하는 곳이자 육지인으로서 가까워지기 힘든 곳. 옛날 정취와 친척들과의 추억이 점점 바래가는 곳. 하지만 언제든 심리적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는 곳. 20살 이후로 처음으로 제주에 한 달 이상 체류해본 결과, 사는 곳이 어디든 담백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같이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마인드를 다시 한번 세우게 되었다. 물론 그곳이 또다시 제주도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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